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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 농업발전 위해 안심보험 마련돼야...

[농업현장]태풍산바로 시름에 젖은 부석면 손명호씨
김이환 기자 / 입력 : 2012년 10월 26일

ⓒ 영주시민신문

일년간 정성들여 키운 사과

태풍산바로 쑥대밭

보험금 지급 늦어져

아이들 용돈 걱정해야 할 판

태풍 산바가 몰고 온 회오리 바람에 모든 것을 잃고 마음까지 찢어진 귀농인이 있다. 부석면 북지리에 살고 있는 손명호(45)씨다. 포항제철 중견간부로 안정된 직장생활을 하던 손씨는 2009년 아버지의 건강이 악화되면서 20년의 직장생활을 접고 고향 단산으로 돌아왔다.

꿈과 야망은 어디서 머물건 꿀 수 있고 또 이룰 수도 있지만 부모님은 한번 떠나보내면 그만이라는 생각에 미련 없이 사표를 던졌다고 한다.

손씨는 "2년간 아버지(78)를 모시고 큰 병원을 돌며 간호한 결과 지금은 논밭에 나가 가벼운 일을 하실 만큼 회복이 됐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부석면 북지리에 3천800평의 사과밭을 3억여 원을 주고 매입하면서 단산에서 부석으로 뒤늦은 살림을 났습니다."

포철에서 과장 승진 직전에 사표를 냈다는 그는 과장보다 더 높은 사장의 길을 택하고 1등사과생산지로 유명한 부석면 북지리에 소득이 한창인 20년생 사과밭을 구입, 지난 봄 이사를 한 것이다.

"학교에 다니며 아버지 일을 돕던 기억을 떠올리며 밤을 낮 삼아 정말 열심히 일했습니다."

사과전문교육과 관련 책자를 뒤지며 초보농부의 한계를 넘었다는 그는 성공한 귀농인을 그리며 사과나무만 쳐다보고 살았다고 했다.

"강력한 태풍소식에 긴장을 하면서 일기예보에 신경을 많이 썼습니다"

9월17일, 태풍이 제주도 부근에서 북상하고 있다는 뉴스가 흘러 나왔지만 날이 밝아진 새벽 6시경부터 부석면 일대에는 강력한 회오리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손씨도 과수원으로 달려갔다.

회오리 바람에 사과가 우박 쏟아지듯 떨어지기에 정신없이 사과를 땄다. 여기저기서 나무 부러지는 모습이 보이더니 이웃집 창고용으로 쓰던 대형컨테이너가 바람에 굴러 넘어지기까지 했다. 위험을 느낀 손씨는 집으로 피신할 수밖에 없었다.

바람이 잦아든 8시경 밭에 나가보니 90%이상의 사과들이 땅 바닥을 빨갛게 물들이고 있었고 사람이 다니기 힘들 만큼 쓰러지고 부러진 나무들이 난장판을 이루고 있었다. 말그대로 애지중지 키워온 과수원이 쑥대밭으로 변한 것이다.

"본격적인 복구는 18일부터 이뤄졌어요. 이장이 피해조사를 하고 면사무소와 시청직원들이 드나들더니 3일간의 복구지원기간 첫날에 자원봉사자 3명을 배정해주더군요"

겨우 3명의 인력을 배당받아 쓸만한 사과는 따로 모아 즙을 내고 나머지는 4천원 가량을 받고 납품용으로 보냈다고 한다. 손씨는 "이날부터 추석대목용 사과를 따기로 일정이 잡혀 있었다"고 상당히 아쉬워했다.

"정신을 차려보니 쓸 만한 사과는 아예 한 알도 없고 사과나무가 무려 126그루가 쓰러졌더군요"

시청직원이 사과나무를 일으킬 지주목을 준다기에 차를 몰고 나섰더니 인삼말뚝 22개를 주더라는 그는 차를 동원해준 농가에는 22개를 더 주었으나 나무 한그루 일으켜 세우는데 4개의 말뚝이 필요해 피해규모가 상대적으로 적은 이웃형님 댁에 주고 고물상을 돌며 파이프를 수집, 아내와 둘이서 나무를 모두 일으켜 세우고 부러진 46그루의 사과나무는 아예 베어냈다고 했다.

"18일 보험회사에서 다녀간 뒤 40%다, 60%다, 말들만 무성할 뿐 아직 아무런 소식도 없이 처분만 기다리고 있습니다. 또, 나무에 달린 몇 개의 사과는 달렸다는 이유 하나로 보험에서 제외됐지만 찔리고 흔들려 조사 몇 일후에 모두 떨어져 돈이 되지 못했습니다"

아이들 용돈을 걱정해야하는 현실에서 위로금 또는 보험금 일부라도 우선 지급해줬으면 좋겠다는 그는 사과밭에는 10여 일째 보기가 싫어 가지 않고 있다.

손씨는 "때론 비관적인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사과 없는 사과농사를 짓느라 2천여 만원의 농자재 값만 빚으로 남았다"며 침통한 표정을 지었다.

"문제는 내년입니다. 태풍이 할퀴면서 대부분의 꽃눈들이 떨어지거나 상처를 입어 내년농사가 더 걱정입니다"

"농업이 이렇게 불안정한 직업인지 몰랐다"는 손씨는 말뚝 몇 개로 생색내기를 하고 있는 영주시에 불편함을 쏟아냈다.

"투자 대비 소득이 나오기까지의 1년이라는 긴 세월을 피땀 흘리며 기다리는 농민들에게 보험회사 빼고 믿을 곳이 없다는 점이 문제입니다"

농민들이 어떤 재해를 당해도 생계를 책임질 기관은 정부도 지자체도 아니라는 그는 국민의 생명창고를 지키는 농업인과 농업발전을 위해 재해에 대비한 정부차원의 안정적인 발판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집과 사과밭만 알고 부지런히 일해 온 부인 김정자(45)씨와의 사이에는 지수(20), 현수(17)양 등 자매를 두고 있다.
김이환 기자 / 입력 : 2012년 10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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