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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천산책]영주의 암각화

박 하 식 <소설가>

2012년 10월 26일(금) 16:15 [영주시민신문]

 

2012 한국소설가협회 울산 가을 세미나. 아침에 눈을 뜨니 방안으로 빛이 스며들었다. 커튼을 젖히자 창 너머 먼 바다위로 쟁반 같은 불덩어리가 솟아올랐다. 밤바다에 찬란하던 오징어잡이 배의 불꽃은 없어졌다. 이것이 울산의 일출이다.

울산은 영해 박(朴)씨 시조 박제상의 충렬사(충) 신묘사(열) 쌍효각(효)이 있는 곳이다. 박제상이 일본에서 신라 왕자를 구출하고 순절하자, 부인이 수리재에 올라 남편을 따라 동해바다에 몸을 던져 죽고, 딸이 어머니를 따라 죽고, 어린 아들 문양(후일 누더기 옷을 입고 거문고 방아타령의 백결선생)은 왕이 데려다 길렀다. 울주군은 세계의 유일한 충(忠)효(孝)열(烈)의 정신을 기리기 위해 울주문화제 때 충효열가장행렬을 하고 있다.

울산의 암각화박물관은 국내 유일의 암각화 박물관으로 울산 반구대암각화(국보 제285호)와 천전리 각석(국보 제147호)으로, 국내 암각화연구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기 위해 2008년 개관했다. 박물관에는 반구대암각화와 천전리 각석을 비롯한 국내외 암각화 자료와 선사시대 울산의 자연환경, 그 당시 생활상과 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각종 전시물이 있고, 관람객이 자유롭게 문화체험을 할 수 있는 다양한 문화이벤트를 제공하고 있다.

암각화박물관에서 대곡천 하류 약1.2Km 지점의 바위절벽에 반구대암각화가 새겨져 있다. 그림이 집중적으로 새겨진 암면은 너비 약10m 높이 약3m 로 좌우 10여 곳의 암면에서도 그림이 확인된다. 암각화에는 바다동물인 고래, 거북, 물개, 물새, 상어, 물고기 등과 육지 동물인 호랑이 표범 멧돼지 사슴 늑대 여우 너구리 등 약 29종의 동물이 확인된다. 그리고 수렵 도구인 배 작살 부구 어살 그물 등과 사람의 전신상, 얼굴 등을 포함한 수백여점의 그림이 새겨져 있다.

반구대암각화의 제작연대는 고환경연구와 고고학적 비교연구로 미루어볼 때, 약3천5백~7천 년 전 석기시대의 것으로 추정되며, 반구대암각화는 선사시대 북태평양연안의 독특한 해양어로문화를 반영하고 있는 유적이자 인류 최초의 포경유적으로 평가되며, 천전리 각석(刻石)은 암각화뿐만 아니라 신라시대 명문과 세선화가 함께 새겨져 있다. 바위 면은 너비 약10m, 높이 약3m로 전체 암면이 15도 정도로 경사져 있다.

상반부에는 청동기시대로 추정되는 동물의 문양과 동심원 나선형 물결문 음문 마름모 등이 새겨져 있는데 이런 문양은 청동기시대의 청동거울이나 청동검 등에서도 볼 수 있다. 하반부에는 날카로운 금속 도구로 새긴 신라시대의 행렬 돛단배 말 용 등의 세선화와 신라 법흥왕시대의 기록으로 추정되는 명문이 새겨져 있어 고대사 연구에 중요한 자료로 현재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울산은 희미한 암각화가 사라지기 전에 문화재지정을 받고 암각화박물관을 짓는데 비해 우리 영주는 무엇을 했는가. 1989년 조선일보가 청동기시대의 국내 유일의 문화재인 암각화가 영주에 있다고 역사학자의 고증을 들어 1면에 크게 보도했다.

예천통로 가흥동 한절마을 국도변에 마애삼존불상(보물 제221호) 우측 하단과 주위 높이 약4m 폭 약5m 큰 규모의 여러 개의 바위에 통일신라시대로 추정되는 영상회상도를 비롯 검파형(劒把形) 풍요와 다산 제의(祭儀)를 상징하는 암각화가 무수히 그려져 있다. 그러나 우리영주는 암각화의 그림과 세선화에 대한 학계의 연구가 없이 형체에 대한 정의를 내리지 못한 채 문화재 지정을 못 받고, 조그마한 현판 하나가 서있을 뿐, 버려진 채 있다.

울산은 사라져 가는 암각화를 보존하는데 비해 우리 영주는 풍화작용에 방치하고 있다. 이대로 가면 얼마 안가서 형체도 없이 사라질 것이다. 우리 영주는 전통을 이어받은 선비고장이다. 기복사상으로 아들을 낳는다고 코와 귀 눈을 파먹은 보물 마애삼존불상도 버려진 채 있다. 이대로 방치하면 안 될 것은 말할 것 없고, 이래도 되는지 모르겠다. 이래도 영주에 사람이 있는가. 수 백 억원을 들인 서천폭포가 바쁜 게 아니다. 시가지 포장을 하나 덜하더라도 전각을 새워서 마애불상과 암각화를 보존하는 대책을 세워야 한다. 그러면 관광객은 저절로 늘어나는 빛나는 영주가 될 것이다.

울산 암각화박물관은 안동 대구에서 수학여행 온 관광버스들로 돌릴 틈이 없었다. 영주행 버스는 1시 차를 놓치자 다음 차는 6시40분이었다. 대구를 거쳐 빨리 올수도 있지만, 태화강의 기적을 보며 현대는 제쳐두고, 기름 한 방울 안 나는 우리나라에 SK정유가 200만평 부지에 세계 제일이고, S오일이 80만평 부지에 일본 것 보다 품질이 우수해 세계시장으로 수출한다는 유조선을 보며 배를 타고 고래 구경을 했다.

TV화면에서만 보이는 특수 촬영한 고래묘기로 알았는데 그게 아니다. 80년도부터 포획이 금지된 수많은 고래 떼가 에어쇼를 부리듯 동해바다를 낙원으로 묘기를 부리는 장생포 앞바다는 고래들의 천국이었다.

5시간40분을 기다려 제천까지 가는 영주행 막 버스에는 영주가 친정이라는 50대 아주머니와 배낭을 멘 여학생, 침묵의 노동복을 입을 젊은 사람, 나, 이렇게 네 사람이 탔다. 토요일 오후 막차가 이렇다. 운전기사가 중얼거린다.

영주행 버스는 편도7회를 3회 감축했는데도 이렇게 손님이 없으니 노선을 폐지해야 한다며 왜 영주가 이렇게 쇠퇴하는지 모르겠다며 도청이 안동으로 가면 더하지 않겠느냐고 혼자 푸념을 했다. 영주인인 나는 죄인처럼 괜히 눈물이 났다.

영주시민신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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