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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융합동시이야기] 할머니의 맨발

박행신 작가
광양뉴스 기자 / 입력 : 2020년 01월 17일

↑↑ 박행신 작가
ⓒ 광양신문

할머니의 맨발

박행신 작가

시골 할머니 댁에 가면

할머니께서는 논밭은 물론이고

마당에서도 맨발로 걸어다니신다

- 할머니, 흙 밟으면 더럽잖아요!

- 애야, 이 흙이 네 애빌 키웠어!

할머니 우리 집에 오셔서는

앞 베란다는 물론이고

아스팔트길에도 신발 신고 다니신다

- 할머니, 여긴 흙보다 훨씬 깨끗하잖아요!

- 이 흙은 모두를 죽이는 흙이야!

<초등학교 과학 4-1 5단원 혼합물의 분리>

*이를 어쩌나! 이를 어쩌나!

벌어진 시멘트 담벼락 틈에서 풀 한 포기 돋아났어요. 이를 어쩌나! 이를 어쩌나!

먼지 같은 흙들만 쌓인 곳이에요. 바람에 날아온 먼지 같은 흙들만 쌓인 곳이에요.

그래서 흙이 적어요, 아주 적어요. 흙이 적어 뿌리 마르면 이를 어쩌나! 이를 어쩌나!

물도 적어요, 아주 적어요. 비가 와도 빗물이 금세 흘러내려요. 작은 틈이라서 빗물도 금세 흘러내려요. 물이 없어 목이 마르면 이를 어쩌나! 이를 어쩌나!

한낮에는 햇볕이 더 많아요, 양지 바른 곳이라서 햇볕이 더 따가워요. 시원하게 받쳐줄 그늘도 없어요. 아무도 도울 수가 없어요. 그래서 한낮에는 더러더러 고개가 꺾어지고 말아요. 마침내 허리도 꺾어지고 말아요. 이를 어쩌나! 이를 어쩌나!

바람에게 부탁했어요. 휘이익! 흙먼지를 더 많이 날아오라고. 가느다란 저 뿌리 도톰하게 감싸달라고. 흙먼지 많이 많이 날아다가 저 뿌리 푹 덮어달라고요.

구름에게 부탁했어요. 한낮의 따가운 해님을 잠시 잠시 가려달라고. 자그만 그늘 아래 저 잎사귀들 잠시 쉬게 해달라고. 크고 작은 구름들 데려다가 따가운 햇볕 가려 잠시 잠시 그늘 만들어 달라고.

보슬비에게 부탁했어요. 목이 마른 저 풀잎 마디 마디 촉촉이 적셔달라고. 소나기는 오지 말고, 안개비처럼 보슬보슬 내려서 잎사귀도 뿌리도 촉촉이 적셔달라고.

시멘트 담벼락 틈에 뿌리내린 저 풀 한 포기는 흙이 적어 어쩌나! 흙이 적어 어쩌나!

광양뉴스 기자 / 입력 : 2020년 01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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