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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인 오역을 맡아 이야기를 풀어내는 '신나라! 동화구연'

아이들에겐 동화를, 어른들에겐 인형극으로 동심 일깨워

2019년 12월 08일(일) 09:00 [홍주일보]

 

↑↑ 홍성의 동화구연 지도사 이희자 씨가 손인형을 든 채 동화를 들려주자 아이들이 이야기에 몰입하며 듣고 있다. 사진 우측에 앉아 있는 이가 이희자 씨다.

ⓒ 홍주일보


홍성의 동화구연 지도사 이희자 씨가 손인형을 든 채 동화를 들려주자 아이들이 이야기에 몰입하며 듣고 있다. 사진 우측에 앉아 있는 이가 이희자 씨다.

날씨가 쌀쌀해 외부활동이 뜸해질 겨울이면 화롯가에 동네 아이들이 올망졸망 모여 앉아 할아버지 할머니가 들려주는 구수한 입담에 귀를 쫑긋 세우는 모습을 기억하는 이들이 있을 것이다. 그 이야기는 대부분 "옛날에 나무꾼이 산에 나무를 하러 갔는데...", "요 손톱만한 엄지공주가 있었는데...", "평양에서 우리 학교로 전학온 아이가 말야..."로 시작된다.

이야기가 한참 진행될 때 쯤 어느새 익어있는 화롯가에 올려둔 밤, 고구마, 감자를 입으로 호호 불며 먹었던 시절이다. 그 때를 추억하는 이들에겐 절로 입가에 미소 짓게 만드는 장면이다.

예전 할아버지, 할머니들의 역할을 대신해 아이들의 귀를 즐겁게 하고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는 이가 있다. 홍성의 동화구연사 이희자 씨가 그 주인공이다.

"아이들에게는 귀만 열게하고 제가 외워서 아이들과 눈을 마주치면서 동화의 내용을 말로 전하는 거죠. 동화책의 여러 인물들, 할아버지, 아빠, 엄마, 아이들의 목소리를 구연합니다. 되풀이해 읽다보면 줄거리는 다 외워져요. 표정연기를 위한 연습도 합니다. 아이들이 동화의 이야기가 실제로 일어난 일인 줄 알고 빠져드는데 때로는 말하고 있는 제 자신도 빠져들 때도 있어요."

이 씨는 지난 2009년 명지대학교에서 한국동화구연 지도사를 취득하고 2년 후엔 홍성도서관에서 진행됐던 한국색동회 동화구연 지도자 과정을 이수해 민간자격증도 땄다. 11년째 홍성에서 동화구연사로 활동하고 있는 이 씨는 손인형극도 하고 있다. 평범한 주부였던 이 씨는 여느 일반 노인처럼 늙지 말고 그런 노인들을 가르키는 사람이 되고 싶었고, 그래서 자격증을 취득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홍성도서관에서 동화구연을 배울 수 있었던 기회가 있었죠. 제 나이가 올해 64세인데, 50대 초반부터 이 활동을 하고 있어요. 당시 홍성에서 6명 시험을 봤는데 그 중 4명이 붙었고, 그 4명 중에 제가 포함된 겁니다. 처음 5~6년간은 봉사활동만 했어요. 그랬더니 2014년에 봉사부문에서 도지사상을 받았어요. 그리고 2018년엔 봉사시간이 1000시간이 넘었다고 군수상도 받았습니다."

"제게 잘 맞는 것 같아요. 아이들과 같이 놀아주면서 동심의 세계에 같이 빠져드는 것이 좋았습니다. 아이들의 반짝이는 눈망울을 보는 것이 너무 좋아요. 토끼와 거북이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잠자는 토끼를 깨워서 같이 가는 친구들이 된다면 좋겠다는 메시지를 자연스럽게 전할 수 있죠. 동화구연과 인형극을 통해 아이들에게 다른 친구들을 배려하는 마음을 자연스럽게 일깨워주는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아이들뿐 아니라 지역의 노인들도 이 씨의 입담을 들을 수 있다. 홍성문화원의 생활문화동아리 지원사업에 선정된 덕분이다. 이 씨가 직접 지역의 마을 어르신들을 찾아가 인형극이 결합된 형태로 동화를 구연한다. 인형극은 할아버지 할머니들에게 배역을 주는 방식이다.

"제가 할아버지 할머니들과 함께 놀아줘요. 그래서 '신나라! 동화구연'입니다. 문화원에서 지원해 줘 홍천문화마을 경로당과 구룡리 동구마을 경로당에서 3개월 정도 함께 연습했어요. 이 중 한 팀이 잘 진행돼 문화원 발표까지 이어졌습니다."

대상에 따라 구연 소재인 동화가 차이가 있다고 한다. '햇님달님'은 구연으로 아이들에게 들려주고,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오래 사는 것이 꿈이니까 '3년 고개'를 손인형극 형태로 들려준다. 동화구연을 통해 이 씨와 인연을 맺었던 아이가 지금은 고등학생이 됐다. 이 씨를 보고 "저도 동화구연하는 선생님이 될거예요"라고 말했다는 아이란다. 이 씨는 그 아이를 볼 때마다 보람을 느낀다고 한다.

"노인 학대를 주제로 한 손인형극을 하고 싶어요. 한번 해보니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3개월로는 턱없이 부족합니다. 지속적으로 할 수 있도록 군이나 도에서 지원해 줄 수 있으면 좋겠어요." 홍성의 동화구연 지도사 이 씨의 바람이다.

황동환기자 hjn@hjn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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