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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한 징크스 땜에 힘들어 하는 그대에게

김성률(교사, 시인)

2019년 11월 02일(토) 12:30 [해남신문]

 

ⓒ 해남신문


딱따구리과의 '개미잡이'라는 새가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여름철새인데, 개미를 먹는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라고 합니다. 물론 개미만 먹고 사는 편식주의가 아닐 거라는 건 당신도 아실 겁니다. 벌, 나비, 거미 등도 잘 먹는다고 하니 편견은 삼가시기 바랍니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이 새를 '윤그스(junx)'라고 부르며, 마술을 부릴 때 '사람의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운명'을 상징한다는 의미로 이용했다는군요. 그리고 그때의 명칭이 현재 학명인 '징크스(jynx)'가 됐다고 합니다.

오늘은 새의 이름이 아니라 '악운이나 불길한 징조'로서의 징크스를 말해 보려 합니다. 징크스 하나쯤 없는 사람도 있을까요? 혹 당신이 징크스를 갖고 있지 않다면 그로 인해 당신에게 어떤 불운이 찾아올지도 모른다고 생각할 정도로 징크스는 광범위하게 퍼져있죠. 병으로 친다면 그 어떤 전염병도 감히 따라올 수 없는 독보적인 존재죠. 비합리적 믿음이라는 차원이서 보면 미신이나 이단 종교라고 우기려나요? 그런데 이런 비합리적 믿음을 종교인들도 가지고 있다면 징크스는 종교보다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믿음권력이라고 볼 수도 있지 않을까요? 당신이나 나나 이 징크스의 못된 권력으로 인해 고통받아본 경험을 간직하고 있지요.

그럼 이 징크스란 무엇일까요? 이것은 재수 없고 불길한 현상에 대한 인과관계를 찾고, 믿고 싶은 대로 믿음으로써 특정한 조건에서 자주 또는 항상 좋지 않거나 불운한 결과가 초래되는 경우를 지칭하죠.

사람들이 징크스에 집착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보통은 자신에게 일어난 원인을 자신의 탓으로 돌리기보다는 남의 탓으로 돌리고 싶어 하는 심리 탓이죠. 남 탓으로 돌리는 순간 부담감이 확 줄어들 뿐만 아니라 "에이, 재수 없어…"라고 책임으로부터 도망칠 수 있거든요.

특정된 인물이 아니라면 남 탓도 그리 나쁘지만은 않죠. 내 탓을 하며 속을 갉아대는 것 보다는 더 나을 수 있다는 뜻이니 알아서 생각하시기 바랍니다. 자신을 괴롭히기 보다는 결과를 어떤 상황이나 자연물에 은근슬쩍 떠넘기는 것도 현명한(?) 삶의 방식일 수도 있죠. 혹시나 당신이 진실에 대한 결벽증을 가지고 있다면 이런 비도덕인 방식을 피하는 것이 더 현명한 방법일 거란 충고도 덧붙여 둡니다.

이 징크스는 자신의 세력을 광범위하게 퍼트렸는데 제국주의 근성으로 인해 그 식민지가 참 넓죠. 당신이나 나는 그 식민지의 식민으로 충실히 역할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그런데 말입니다. 당신의 심신이 안정되고 안심이 된다면 친한 징크스 하나쯤 가져도 좋지 않을까요? 다른 한편으로 보면 징크스는 조심하고자 하는 마음가짐이고 사전 예방이고 안전을 바라는 기도이기도 하거든요. 당신이 혹여 징크스에 속박되어 있다하더라도 그게 당신을 위한 기도라면 기꺼이 즐겁게 받아들여 봐도 좋지 않을까요? 징크스에 속박된 상황이 단지 스트레스가 되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죠. 평화의 지배를 받는 것이 전쟁 속 투쟁 보다는 나을 수도 있지 않을까요?

어쨌거나 징크스의 노예는 되지 맙시다. 그대가 징크스로 인해 자유를 제약받는다면, 그것은 당신이 원하던 길이 아니죠. 우리가 설령 지금의 미약함으로 인해 징크스에게 끌려갈지라도 징크스에게 무릎 꿇지는 맙시다. 그러다 보면 끌려가도 그만 거부해도 그만인 상황이 오지 않을까요? 그렇게 결국은 우리가 해방되는 날이 올 거라는 확신을 당신과 나누고 싶습니다. 그 어떤 상황이라도 우리가 노예는 되지 말기 위하여 이렇게 외치면서 말입니다. "쫄지 말자, 그까이꺼~"

오늘 그대나 나나 더 자유로워집시다.

해남신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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