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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람들의 따뜻한 마음까지 전하고 싶어요"

[하병주가 만난 사람] ⑰'형제의 나라' 터키에서 온 괵한 씨

2019년 08월 06일(화) 10:31 [뉴스사천]

 

↑↑ '형제의 나라' 터키에서 온 괵한 류쥬네르(53)씨가 한 달 넘게 사천에 머물며 표구와 서각을 배운다. 사진은 서각을 배우는 괵한 씨.

ⓒ 뉴스사천


↑↑ 그의 눈에 비친 사천은 어떤 모습일까? 사진은 서각을 배우는 괵한 씨.

ⓒ 뉴스사천


'형제의 나라' 터키에서 온 괵한 튜쥬네르(53)씨가 한 달 넘게 사천에 머물며 표구와 서각을 배운다. 사진은 서각을 배우는 괵한 씨. 한국문화원에서 서화 배우다 한국 방문 결심

"표구ㆍ서각 배워 터키에서 기술 나누고파"

"사천, 사람도 풍경도 너무 좋아…못 잊을 경험"

[뉴스사천=하병주 기자]

"한국 문화와 함께, 한국 사람들 특유의 따뜻한 마음까지 앙카라에 전해주고 싶어요."

괵한 튜쥬네르(53) 씨. 주(駐) 터키 한국대사관에서 운영하는 한국문화원에서 서화(書畫)를 배운 일을 계기로 사천까지 오게 된 열혈 터키 청년(?) 학도다. 서예가 순원 윤영미 선생을 만나 서각과 표구 일까지 배우고 있다.

그가 사천을 찾은 사연이 무엇보다 흥미롭다. 괵한 씨의 터키 스승은 강애희 씨로, 순원 선생의 대학원(경기대) 동기다. 괵한 씨는 2014년부터 강 선생에게서 글과 그림을 배우면서 한국에 대한 호기심을 키웠고, '언젠가 꼭 한 번 가보리라' 마음먹었다.

"선생님이 2년에 한 번은 전시회 때문에 한국에 들어간다는 걸 알았죠. 그래서 선생님께 부탁드렸어요. 한국 갈 때 나도 좀 데려가 달라고. 그랬더니 이렇게 깜짝 놀랄 일이 생긴 거죠.(웃음)"

괵한 씨의 한국 방문, 아니 사천 방문에 관한 더 자세한 얘기는 강 씨로부터 직접 들었다. 그녀는 괵한 씨의 안부가 궁금해 지난 1일 사천을 찾았고, 괵한 씨와의 인터뷰 통역도 맡았다.

그녀의 설명을 요약하면 이렇다. 터키 한국문화원에서는 서화교실 참가자들이 일 년에 한번 전시회를 여는데, 그때마다 작품을 한국으로 보내 배접과 표구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다고. 그런 시간과 비용을 아끼려면 문하생들 중 누군가가 이 일을 배우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마침 괵한 씨가 한국에 가보고 싶다고 해서 순원 선생을 떠올렸다는 얘기다.

순원 선생의 부탁에 사천표구사 최훈 사장이 흔쾌히 동의했다. 또 월주 윤향숙 선생이 서각 지도를 하겠노라 나섰다. 이런 배경과 까닭으로 괵한 씨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무더운 시기에 사천에서 비지땀을 흘리고 있다.

순원 선생의 'OK' 대답이 돌아올 때까지 며칠간, 정말 간절히 기도를 올렸다는 괵한 씨. 그러나 정작 한국에 처음 발을 디뎠을 땐 걱정이 앞섰단다. 특히 서울에서 홀로 사천행 버스에 몸을 실을 때가 절정이었다.

"선생님과 같이 있을 땐 몰랐는데, 혼자 남으니까 걱정이 확 밀려오더라고요. 선생님은 '화장실 갔다가 길 잃어버릴 수 있다'며 '물도 많이 마시지마라'고 했어요. 그렇게 떨리는 마음으로 사천에 도착해 버스에서 내리는데, 한 아줌마가 '괵한' 하고 큰소리로 부르는 거예요. 그 소리에 불안감이 모두 사라졌어요."

그는 사천에서 만나는 모든 사람들이 호의를 베푸는 것에 감동 받았다고 했다. 만나는 사람들이 대체로 순원 선생을 통해 소개 받은 이들임을 감안하더라도 '상상 그 이상'이었다는 얘기다.

"한국사람들은 누굴 만나도 정이 넘쳐요. 마치 가족 같은 느낌이랄까요. 그래서 더 감동이죠. 특히 순원 선생님이 열흘 정도 자리를 비웠을 때는 여러 사람들이 잘 지내냐고 안부를 물었어요. 냉장고에 갖가지 음식도 채워 주면서. 정말 형식적이지 않은 따뜻함이었죠. 이런 느낌을 앙카라에 있는 친구들에게 꼭 전해주고 싶습니다."

괵한 씨의 이 말에 '그냥 듣기 좋으라고 하는 말 아닌가'라는 의심을 잠시 품어보지만 그의 표정에서 곧 고개를 가로저어야 했다. "한국에 온 뒤 처음엔 터키 친구들에게 문자 보내는 일이 일상이었지만, 지금은 그럴 일이 거의 없다"는 말도 인상적이다.

괵한에겐 사천의 풍경도 매력적인 모양이다.

"여행을 많이 다녔지만 사천의 바다 풍경은 정말 특이해요. 작음 섬들이 모여 있으니까 더 그런 것 같고. 해가 뜨는 모습도, 해가 지는 모습도 너무 아름다워요. 호텔이나 큰 건물 같은 것이 경치를 가리지도 않았어요. 케이블카를 타고 도시 전체를 바라보는 모습은 말할 것도 없죠. 터키 친구들에게 아무데서나 사진 찍어 보내도 '거기가 어디냐'며 놀랍니다."

괵한 씨의 하루는 뱃소리, 갈매기소리에 깨어 아침산책으로 시작한다. 터키에선 없었던 습관이다. 그는 이 시간을 "영혼을 채우는 시간"이라 소개했다.

"터키에선 아침을 먹기 전에 (밖으로)나가는 일이 거의 없었어요. 여기선 달라요. 뱃소리, 갈매기소리가 들리는데 안 나갈 수가 없죠. 바다도 좋지만 고개만 돌리면 바로 숲이고. 만나는 사람들은 '안녕하세요'라고 반갑게 인사해주고. 그래서 요즘은 영혼을 채운다는 것. 또 그것의 중요성을 깨닫고 있어요. 영혼을 먼저 채우니까 실제로 배고픔도 잘 못 느끼겠어요. 참 신기하죠?"

개인에 따라 다르겠지만, 신기한 일이다. 잠에서 바로 깨어났을 땐 밥맛이 없다가도 한 시간쯤 걷거나 운동을 하고 나면 밥맛이 돋는 게 보통이니까.

그런데 괵한 씨는 역설적이게도 한국, 사천에 와서 살이 더 쪘다고 했다. 아침 배고픔은 잊었지만 음식은 더 잘 먹는다는 것. 음식이 입에 맞았던 걸까?

"순원 선생님이 '젓가락질 못 배우면 배고파 죽어도 어쩔 수 없다'고 했어요. 그래서 열심히 배웠죠. 김치찌개, 된장국, 아무거나 잘 먹어요. 음식문화도 낯설지 않아요. 음식 하나를 두고 여러 사람이 둘러 앉아 함께 떠먹는 건 우리에게도 있는 (전통)문화인데, 여기서도 그러더군요. 반가웠어요!"

괵한 씨는 식사를 겸한 2차 인터뷰에서 그의 화려한(?) 젓가락질 기술을 실제로 선보였다. 바로 콩자반 집기. 조금은 엉성해 보였지만 법은 '제대로'였다.

괵한 씨가 사천에 머물 시간은 이제 한 달이 채 남지 않았다. 계획한 일정에서 절반이 흘렀으니 마음이 더 바쁠 터. 남은 시간에 뭘 꼭 하고 싶은지 끝으로 물었다.

"배접과 표구 배우러 왔으니 남은 시간 공부를 더 해야죠. 서각도 마찬가지. 배울수록 어렵고 또 재밌어요. 터키에 돌아가서 배운 기술을 나눌 걸 생각하면 무척 설렙니다. 언젠가 가르쳐 준 선생님들과 함께 전시회 할 기회도 오면 좋겠어요."

괵한 씨는 그가 배운 서화, 서각 등을 터키 학교에서 가르치고 싶다는 꿈도 밝혔다. 그의 바람대로, 사천에서 느끼고 배운 마음과 기술이 오랜 '형제의 나라' 터키에 잘 전달되길 기대한다.


하병주 기자 into@news40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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