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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와 함께 한 날들

2018년 10월 11일(목) 06:50 [시민의소리]

 

ⓒ 시민의소리


ⓒ 시민의소리


얼마 전 우리 가족과 열세 해를 함께 살았던 강아지 해피가 우리 곁을 영원히 떠났다. 눈을 감기 나흘 전부터 식음을 전폐하고 기운 하나 없이 슬픈 눈으로 나를 쳐다보는 해피가 너무 안쓰러워 내 침대에서 같이 자면서 돌보았는데 그만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수의사는 심장, 폐, 신장, 위장이 다 안 좋은 상태라며 엑스레이 사진을 보여주었다. 그래도 아내와 나는 어떻게든 살려보겠다며 젊은 수의사에게 매달렸다. 나는 차갑게 식어버린 해피의 몸을 감싸 안고 눈물을 멈출 수 없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차라리 우리 품에서 눈을 감게 할 걸 수액이다, 수혈이다, 산소통이다 하며 해피를 이 병원 저 병원 데리고 다니며 성가시게 한 것이 마음에 걸렸다. 어떻게든 살려보려고 병원에 의지했는데….

해피는 태어난 지 석 달 정도 되었을 때 우리 집으로 왔다. 하얀 털로 덮인 쬐그만 몸, 예쁜 눈, 귀여운 코, 늘어진 귀, 그리고 살레살레 흔드는 꼬리의 모습이 애완견처럼 보이지 않았다. 어린 천사의 모습, 그런 인상이었다. 솔직히 ‘한 미모’를 한 어여쁜 강아지였다. 털도 잘 빠지지 않고 성견이 되어도 그리 크지 않은 집안에서 기르기 딱 좋은 말티즈 순종이었다.

강아지를 처음 길러보는 터라 동물병원에 자주 드나들며 예방주사, 목욕, 미용 다 해주며 정성으로 보살폈다. 해피는 누구보다 아내를 1순위로 좋아했다. 아내가 옆에 없으면 불안해했다. 아내 뒤를 졸졸 따랐다. 내가 외출하고 돌아올 때면 바지가랑이를 물고 거실 바닥을 끌며 좋아라 어쩔 줄을 몰랐다. 그 순간 나는 얼마나 행복했는지!

해피는 외출한 아내가 돌아오는 기척이 나면 목이 터져라 짖어댔다. 차가 지하 주차장에 들어올 때 거실 벽에 붙어 있는 월패드에 ‘차량이 도착했습니다’하고 소리가 난다. 그러면 벌써 알아차리고는 현관 문 쪽으로 가서 꼬리를 흔들며 미리부터 짖어댔다. 지난 여름 외국에 사는 아들이 집에 왔을 때는 너무 짖어댄 나머지 지쳐서 그 자리에서 실신할 정도였다.

호수공원 산책길에 데리고 나가면 지나는 사람들이 발걸음을 멈추고 해피에게 찬탄을 보냈다. 눈부신 미모에 넋을 앗겼다. 정말 착하고 미쁜 아이였다. 해피는 늘 아내와 한 침대에서 잤다. 해피는 당연히 그래야 하는 줄로 알았다. 해피는 우리에게 한 마리 애완견이 아니라 사랑을 나누는 가족의 일원이었다.

오래 같이 살다보니 영리한 해피는 우리 식구의 면면을 다 꿰었다. 뿐만 아니라 눈빛으로, 행동으로 서로 교감을 나누었다. 나는 사과를 먹을 때는 사과 조각을, 고기를 먹을 때는 고기 조각을 떼 주었다. 해피는 금방 삼키고 나서 또 나를 올려다보았다. 수의사는 강아지에겐 사료만 주어야 한다고 단단히 일러주었지만 그것은 지키기 어려운 규칙이었다.

개는 오랜 옛날 사냥하던 때 물려받은 유전자가 있어 하루에 이틀치 식사를 한다고 한다. 혹시 내일 사냥을 못할 수도 있으므로 그 대비책이란다. 그래서 맛있는 것을 먹을 때는 주어도 자꾸 더 달라고 졸라댔던 모양이다. 지난 해 겨울은 너무 추웠는데 하룻밤 어찌 난방 조절이 잘 안된 바람에 해피가 감기가 걸려 며칠 동안 기침을 쿨럭이며 꼬리를 감아 내리고 괴로워했었다. 그때 가족 모두 해피를 보살피느라 번갈아 밤을 새기도 했다.

해피는 어느덧 나이가 들자 주둥이가 나오고, 털에서 윤기가 사라져가고, 다리가 구부러지고, 병치레를 하기 시작했다. ‘해피야, 너도 늙어가는구나. 잘 보살펴 줄게 우리랑 오래 같이 살자.’ 늘 그렇게 마음을 주었다.

언젠가 해피와 내가 단 둘이 집안에 남아 있던 날, 나는 눈을 마주보고 해피에게 진심을 담아 말했다. “해피야, 아빠한테 한 번만 말해주면 안될까. 아무한테도 네가 사람의 말을 했다고 하지 않을게. ‘아빠‘ 하고 딱 한 번만 불러봐 줘, 응?” 해피는 꼬리만 흔들었다. 나는 정말로 해피가 나를 그렇게 불러주기를 바랐다. 지금 생각해보면 말도 안 되는 바보 같은 짓이었지만 그토록 해피의 마음속으로 나는 들어가고 싶었다. 해피가 내 깊은 사랑을 알고 있다고 ’응‘이라도 한 마디 해주었으면 했다.

아내와 나는 죽은 해피의 시신을 안고 동물화장터로 찾아 갔다. 한 줌 골분으로 돌아온 해피의 유골함을 들고 우리 집 앞산으로 가서 키 큰 상수리나무 밑에 흙을 파고 묻어주었다. 몇 줌밖에 안 되는 해피의 유골분을 산에 묻으며 약속했다. 내 널 언제나 잊지 않겠노라고. 그리고 나서 나는 며칠 동안 심하게 앓았다. 상실감이 너무 컸던가보다.

그새 아들 녀석한테서 국제전화가 왔다. “아버지, 해피가 죽었다는 소식에 저도 슬퍼요. 너무 상심하지 마셔요.” 그 위로의 말을 듣자 다시 왈칵 눈물이 쏟아졌다. 오늘 마음을 추스르고 해피와 함께 했던 행복한 날들을 떠올리며 해피에게 ‘고마워’ 하는 마지막 손 인사를 보낸다.

모든 생명이란 애초에 큰 슬픔을 간직하고 이 세상에 태어났다가 잠시 생명을 누리고는 다시 큰 슬픔으로 돌아가는 것일까. 창밖에는 울긋불긋한 낙엽들이 지고 있다. 마치 슬픔의 잔치 같다.

문틈 시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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