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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의 힘을 지역 혁신으로…'핀란드의 꿈'

[기획] 길을 묻다, '대학과 지역의 만남'③

2018년 11월 06일(화) 17:48 [뉴스사천]

 

↑↑ 대학의 힘을 지역혁신의 기회로 삼는 대표적 사례가 핀란드에 있다. 사진은 헬싱키에 있는 메트로폴리아대학의 여러 캠퍼스 중 하나.

ⓒ 뉴스사천


↑↑ 핀란드 에스포시에 있는 알토대학의 스타트업 캠퍼스 에이그리드 전경.

ⓒ 뉴스사천


↑↑ 핀란드 알토대학의 창업지원프로그램으로 곤충을 식품으로 만드는 기업을 창업한 로버트 네블란드 씨가 자신의 경험을 소개하고 있다.

ⓒ 뉴스사천


지방자치시대, 도시의 경쟁은 치열하다. 더 살기 좋은 환경을 제공하기 위함이다. 그래야 가족(=시민)이 늘어나니까. 공교롭게 대학도 무한 경쟁이다. 인구절벽을 눈앞에 두고 생존을 걱정하는 곳이 여럿인 거다. 하지만 '위기는 곧 기회'라 했던가. 지역사회와 대학이 위기 극복을 위해 손을 잡는 경우가 늘고 있다. 국내외 사례를 통해 사천에서의 '대학과 지역의 만남' 그 가능성을 탐색해본다. / 편집자주

'노키아 쇠락을 새로운 기회로'

'대학과 지역의 만남'의 해외사례를 찾기 위해 방문한 곳은 교육선진국 핀란드다.

한때 핀란드를 대표하는 기업은 노키아였다. 노키아는 2011년까지 전세계 휴대폰업계의 선두권을 유지하고 있었지만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삼성 등 타 업체에 밀리며 쇠락의 길을 걸었다. 노키아의 쇠락은 에스포시 뿐만 아니라 핀란드 전체에 심대한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노키아는 직원들의 기술과 능력을 새롭게 활용했다. 노키아는 휴대폰 판매 실적 급감에 따라 기존의 성장 전략에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 그동안 축적해온 정보통신기술을 바탕으로 방송, 통신, 콘텐츠 중심의 스타트업 기업들을 발굴하기 시작했다.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로 경쟁력을 전환한 것이다.

해고 직원들에 대한 처우도 마련했다. 노키아는 해고 직원들의 대규모 실업을 방지하기 위해 창업을 희망하는 경우 12개월 치 월급인 평균 2만5000유로의 창업 지원금 및 팀 구성, 커리어 컨설팅 등을 지원했다. 이렇게 창업한 벤처기업들이 우수 기업으로 성장한 사례도 많다. 결국 핀란드는 노키아의 몰락으로 자칫 국가 경제가 휘청거릴 수도 있었지만 과감한 전략 수정과 직원들에게 또 다른 창업을 지원함으로써 위기를 이겨낼 수 있었다.

이것이 바로 핀란드가 IT와 교육 경쟁력을 갖춘 비결 중 하나다. 노키아의 발상 전환을 비롯해 핀란드의 산학연 프로젝트가 성공 모델로 자리 잡은 데는 활발한 의사소통 구조가 한몫했다. 핀란드 산학연 프로젝트의 의사결정은 최고책임자의 지시와 결정으로 업무가 진행되는 방식이 아니다. 학생들 중심으로 연구 분야가 결정되면, 스타트업 프로그램을 통해 검토가 이뤄지고, 이후 최고 책임자가 결정함으로써 학생들의 의사와 아이디어가 충분히 반영되는 구조다.



창업 천국 알토대학에 가다

대학과 기업, 공공기관이 다양한 참여자들의 상호작용과 결합으로 유기적인 순환 시스템을 만드는 과정을 볼 수 있는 대표적인 곳이 알토대학(Aalto University)이다. 이 대학은 핀란드 수도인 헬싱키에서 버스로 30분 정도 떨어진 에스포시에 있다.

에스포시 인구는 26만 명 정도. 노키아의 본사가 자리한 곳으로도 유명한 에스포시는 대학의 우수한 인재를 활용해 경제 활력의 새로운 돌파구를 찾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그렇게 진행한 것이 대학의 통합이었다. 1849년에 설립한 헬싱키 기술대를 비롯해 헬싱키 예술대, 헬싱키 경제대 등 최소 100년 이상의 역사를 자랑하는 유수의 대학들을 2010년부터 통합에 나섰다. 학문의 융합을 통한 혁신과 창조를 바랐던 것이다. 그렇게 태동한 알토대학은 현재 6개의 단과대학으로 구성돼 있다.

이런 알토대학이 출범 초기부터 주목받는 이유는 지자체와 대학의 유기적인 소통과 협력으로 도시 경쟁력을 끌어올리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공학ㆍ경영ㆍ디자인 등 서로 다른 전공의 학생들이 한 조가 되어 공통의 프로젝트를 진행하는가 하면, 모든 과목을 하나의 고리로 연결해 신사업 모델을 완성시켜 나간다. 이 과정에 에스포시의 역할도 적극적이다.

알토대학에는 4만3000㎡ 규모의 스타트업 캠퍼스인 '에이그리드'(A-Grid)가 있다. 에이그리드는 쉽게 말해 '창업보육센터'로 이해할 수 있는데, 이곳에서는 3단계로 나눠 학생들에게 창업을 지원해준다.

에이그리드의 첫 단계는 '창업 인큐베이팅'이다. 학생들에게 창업 공간을 제공하고 사업을 이끌어갈 수 있도록 다양한 교육과 지원을 하고 있다. 창업 교육을 마치면 비즈니스 모델 개발 및 시장성 등을 검토해 학생들이 창업을 할 수 있도록 본격적으로 지원에 나선다. 나아가 창업 아이템이 국제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판단되면 지속적인 지원과 함께 투자자를 찾아주는 일까지 적극 나서고 있다.

알토대학 재학생과 졸업생이면 누구나 공간을 사용할 수 있는 에이그리드. 여기엔 현재 30개 벤처기업이 상주하고 있으며, 월 사용료는 150유로(20만원) 정도로 저렴한 편이다. 최소 3년간 이용 가능하다.



지역문제 해결 나선 메트로폴리아

알토대학이 우리나라 종합 국공립대학이라면 헬싱키에 있는 메트로폴리아대학은 우리의 폴리텍대학(종합기술전문대학)에 비유할 수 있다. 일종의 응용과학대학이다. 학생 1만6500여 명에 교직원이 1000여 명에 달한다. 이 대학은 지자체 소유이며 공공서비스, 비즈니스, 문화, 심리학, 미술, 간호학, 음악치료 등을 가르치고 있다.

메트로폴리아 교육 목표는 △전문성 △높은 교육의 질 △공동체 의식 △투명성에 중점을 둔다. 이중 가장 중심이 되는 가치가 품질 좋은 교육을 제공하는 것이다. 당초 19개 캠퍼스로 나뉘어 있던 메트로폴리아 대학은 내년까지 4개 캠퍼스로 통합을 추진하고 있다.

메트로폴리아 대학은 현재 어떻게 성장할 것인지를 고민하고 있다. 지방 정부의 예산 지원이 갈수록 줄어들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대학이 집중하는 것도 결국 학생들의 창업 육성이다. 제품의 질을 향상시키고, 사업 경쟁력을 키워 외부 펀딩으로 연결시키는 것이 목표다.

이 대학에서 문화공간혁신 담당을 맡고 있는 안나 마리아 발꾸나 디렉터는 "대학이 스스로 펀딩을 받아 살아남아야 하는 구조로 바뀌고 있다"면서 "따라서 혁신이 중요하다. 정부 투자 말고 외부 투자가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메트로폴리아대학 학생들이 진행하는 프로젝트는 대부분 지역이나 기업과 밀접하게 연계돼 있다. 대학 수업이 곧 '산ㆍ학ㆍ정' 협업인 것이다. 학생들은 지역 현안 해결이나 일상생활의 변화를 위해 구체적인 방안들을 제시해야 하는데, 모든 학부생들은 졸업 이전에 지역 현안을 해결할 수 있는 팀을 꾸려야 한다. 이는 성적에도 10학점이나 반영된다.

하나의 프로젝트에는 보통 4~7명의 학생들이 참여한다. 한 학생당 270시간의 혁신역량계발학습을 이수해야 하며, 공공조직이나 기업들과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이 특징이다.

'지역은 대학을, 대학은 지역을'

핀란드의 사례에서 눈에 띄는 점은 대학의 혁신에 지자체와 지역사회가 적극 관여한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여러 대학을 통합해 알토대학으로 재구성하는 과정에 지자체의 도시계획 전문가가 깊숙이 참여한다. 대학이 아닌 외부 기업들도 적극 참여시킨다. 알토대학 주변에는 노키아 외 코네(CONE), 싸브(SAAB) 등 굵직한 기업들이 다수 포진해 있다. 이들 기업은 대학 내 연구진이 제안하는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개발 가능성을 타진하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연구를 지원한다. 이른 바 '상향식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셈이다.

알토대학을 품고 있는 에스포시는 최근 대학 협력 업무 담당자의 근무지를 알토대학 안에 마련했을 정도다. 이 대학 관계자는 "에스포시를 2030년까지 가장 혁신적인 도시로 만드는 것이 목표"라며 "거주와 일자리 창출 환경까지 만들어주는 게 지자체의 계획"이라고 소개했다. 대학의 혁신을 지원함으로써 지역사회의 혁신을 꿈꾸고 있는 셈이다.

이 같은 대학과 지역사회의 밀접한 관계는 메트로폴리아대학에서도 엿볼 수 있다. 이 대학 안나 마이야 베사 대외협력담당은 "지자체 공무원들은 학생들에게 늘 열린 태도를 유지한다. 학생들이 원하면 대학을 직접 방문하기도 한다"며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프로젝트에 임한다고 설명했다.

뻬뜨라 라세니우스 아라비아 메트로폴리아 오픈캠퍼스 책임자는 "대학이 있다는 것은 청년이 있다는 것"이라며 "이곳 청년의 관심 분야는 지역에서 어떻게 살고 어떻게 일할지 고민하는 것이고 자연스럽게 대학도 같은 고민을 하게 됐다. 대학은 단순히 교육기관이 아닌 지역 사회에 영향을 미치는 기관이다"고 강조했다.

핀란드가 우리에 비해 지방자치의 역사가 훨씬 길고, 대학 역시 지방정부가 가장 큰 지분을 가졌다는 점에서 우리의 환경과 차이가 있지만 혁신과 활력을 바라는 사천시와 지역사회로선 새겨 볼 대목이다.


하병주 기자 into@news40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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